미드 & 한드
미국드라마(이하 미드)와 한국드라마(이하 한드)는 여러 가지 태생적인 이유 때문에 근본적으로 그 퀄리티의 차이가 존재할 수 밖엔 없다. 예를 들어, 한드는 PPL도 하지 않고, 자금도 거의 방송국 예산이며, 시청자와 후속 상품인 DVD, 음반 등의 수요도 제한적이고, 작가도 메인 작가를 위시한 단일화된 체계를 유지한다. 이에 반해 미드는 다양한 업체들의 PPL을 입찰을 통해 선발하고, 작품 자체에 외부 자본이 투자되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으며, DVD 시장, 판권 수출 등의 후속 시장의 규모 또한 전세계적인 스케일을 자랑하며, 작가와 PD가 한드와 다르게 각각 하나의 큰 조직이다. 이렇듯 여러모로 자금력이나 규모 면에서 다르기 때문에, 작품의 퀄리티가 미드가 더 높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나의 Love & Hate의 주제로 미드와 한드가 설정된 이유는, 한드의 지나친 cliche 속성과, 이에 반하는 미드의 다양한 주제와 표현력일 것이다. 물론 이것도 한정된 안방시청률에 의존해야 하는 한드의 태생적 한계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겠지만, 그보단 새로운 장을 개척하려는 (아마 높으신 분들의) 현실 안주가 더 큰 원인이 아닐까 싶다.
내가 LOVE하는 미드 10개를 알파벳 순으로 꼽아봤다.
The Big Bang Theory.
네 명의 괴짜 과학자들과 이웃집 웨이트리스 페니가 풀어나가는 그야말로 새로운 웃음 코드.
Love: 한 번 보면 빠져나올 수가 없다. 시트콤의 판도를 새로 쓴 역사적인 작품.
Burn Notice.
아무 예고도 없이 해고된 스파이의 좌충우돌 복직험로.
Love: 웃음 코드와 액션이 꽤나 볼만하다. 액션물에 나레이션이라는 것도 신선한 재미.
Cougar Town.
Cougar는 나이가 좀 있는 여자로서 젊은 남자를 사귀(려)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
Love: 단연코 프렌즈에서 Dirt를 거쳐 화려하게 컴백하고 있는 커트니 콕스.
Friends.
시트콤의 전설. 여섯 친구들의 진솔한 인생 이야기. 웃음과 감동이 공존하는 내 인생 최고의 드라마.
Love: 말이 필요 없다. 고1때부터 지금까지 스무 번이 넘도록 모든 시즌을 전부 시청했다.
Grey's Anatomy.
의학 로멘스의 거장. 시애틀 그레이스 병원에서 벌어지는 의사들의 사랑과 일에 대한 이야기.
Love: 의학적인 부분도 좋고, 남자로선 지루할 수도 있는 연애 이야기가 쉽게 다가와서 좋다.
How I met your mother.
프렌즈 이후의 시트콤 중에서 손꼽을 만한 수작. 다섯 친구의 사랑과 인생 이야기.
Love: 캐릭터들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특히 Barney라는 캐릭터는 배꼽을 잡게 한다.
House M.D.
의학 추리물의 거장. 씨니컬한 천재 진단학과 의사 하우스와 그의 친구들의 이야기.
Love: 그의 씨니컬한 성격과 그 내면에 자리잡은 따스함은 누구든지 그를 사랑하게 한다.
Modern Family.
할아버지와 젊은 아내와 양자, 신세대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 게이 가족의 이야기.
Love: 제목처럼 현대판 가족들의 이야기. 그들의 일상에서 느껴지는 가족애는 편견을 초월한다.
Everybody loves Raymond.
레이몬드와 그의 가족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가족의 일상 이야기.
Love: '치유물'이라는 표현을 아시는가? 미드계의 숨겨진 치유물. 보고있자면 마음이 정화된다.
부자 형과 그의 집에 사는 동생과 동생 아들의 말리부 해변에서 벌어지는 일상 이야기.
Love: 빅뱅 이론의 감독인 Chuck Lorre 이름을 보고 보기 시작했는데, 시종일관 큰 재미. 명성 재확인.
지금까지 내가 좋아하는 미드를 꼽아봤다. 그러면 한드도 꼽아봐야겠지? 라고 혹자는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럴 수 없다. 흥분해서 Alt+F4를 누르기 전에 잠깐 생각하라. 나는 그러지 않겠다고 한 게 아니라, 그럴 수 없다고 했다. 왜냐? 난 한드를 구체적으로 어떤 게 어떻다고 꼽을 수 있을 만큼 눈여겨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싫어하는 한드의 특징은 분명하다: 틀에 박힌 스토리, 콩가루 집안, 부잣집 이야기, 불륜 등등.... 아, 그러고 보니 내가 싫어하는 한드에서 사극은 제외한다.
그렇다고 내가 한드의 예를 아예 안 들 수 없으니, 내가 싫어하는 한드 대표작을 하나 꼽겠다.
Iris.
뭔가 있어보이는 총 든 사람들과 북한과 권력의 이야기. (라고 밖엔 생각하지 않는다.)
Hate: 너무 많다.
1. 김태희의 어색한 연기.
2. TOP은 왜 집어넣은 거지?
3. 총은 쏘는데 총성은 들리지 않고, 머즐플레임(총구에서 나가는 화염)도 없다.
4. 설상가상으로, 정준호는 기관단총 MP5를 한 손으로 자유자재로 쏜다.
5. 개연성은 안드로메다로 보냈습니다.
6. 그 외 다수. 더 듣고 싶다면 나를 불러주시라.
7. 결론: 상업용.
나를 "드디어 한드도 새로운 장에 돌입하는가!"라고 기대하게 했다. 사실 나는 컨셉을 접하자마자 쉬리의 감동을 다시 접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웬걸. 더 이상 말하기도 싫다.
나의 미드 사랑은 (이에 반대급부 되는 한드 무시. 난 한드를 증오한다! 까지 가진 않으니, 이 정도로 해 두자.) 미국 문화에의 충성은 아니다. 그런 영향이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고, 그것은 슬픈 사실이다. 하지만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닐까? Love & Hate 라는 주제 또한, 이러한 외부 요소의 영향보다는 "좋은 게 좋은 것, 싫은 게 싫은 것"이라는 전제 하에 지원자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듣고 싶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는 심지어 미드에 대해서 팀 프로젝트로 프레젠테이션도 했다. 물론 소재의 제공은 본인이 했다. 물론 한드와의 비교 분석도 있었고, 이 글 내용의 바탕이 되는 배경 지식은 당시에 조사하면서 얻은 것이 대부분이기도 하다. 그 슬라이드 몇 장을 여기 첨부해두며 글을 마친다.